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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 17:48

<문화저널21> 우리는 불쌍한 사람 아닌 똑같은 사람


국가브랜드위원회와 함께하는 다문화특별기획-7부

2009/12/31

21세기를 맞아 '세계화'라는 말이 봇물처럼 번지면서 많은 이들이 세계화에 발맞춰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세계회는 이미 한국 안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세계속의 한국' 시대에서 '한국 속의 세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처럼 세계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이주민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이주민'하면 떠올랐던 부정적인 이미지와 틀을 깨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적극적으로 다문화사회를 이끌어가는 이주민 활동가들의 활약상이 눈길을 끈다.
 
한국사회 구성원들과 어울리면서 이들도 어느덧 '한국사람'이 다 됐다. 한국사회와 이주민 사이의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한 이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방글라데시 출신 배우이자 감독 마붑 알엄 © 배문희기자

반두비, 이주민과 한국인이 꿈꾸는 미래
마붑 알엄은 방글라데시 출신 배우이자 감독이다. 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99년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서다. 당시 그는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하며 사람들로부터 많은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한국사회에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한국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이후 그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상을 전하고 있다. 또한 영상제작에 관심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모아 2006년부터 '이주노동자영화제'를 열고 있다.
 
마불 알엄씨는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사랑을 그린 영화 '반두비'에서 주연을 맡았다.
얼마전에는 신동일 감독의 영화 '반두비'에 주인공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 '반두비'는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영화다.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에 비추어볼 때 발칙하기 이를 데 없는 내용이다.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협박과 욕설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영화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소통'이다. 그에게 있어 영화는 상대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다양한 메시지를 교류할 수 있는 최적의 매체이다. 
 
그래서 그는 영화를 만든다.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하기 위해서.
 
"전문 영화인들이 이주민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보면 분명 '형편없다'고 말할 거에요. 하지만 오로지 이주민들만이 말할 수 있는 진정성이 담겨 있는 영화라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또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특이한 시선이 담겨 있어서 다양하고 재미도 있답니다."
 
그는 앞으로 영화를 통해 무겁고 진지한 내용뿐 아니라 이주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문화의 다양성을 즐겁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다.
 
"영화 '워낭소리'도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의미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잖아요. 마찬가지로 너무 심각하게 주제의식을 드러내기보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사하고 싶습니다."
 
그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 '반두비'의 뜻은 뱅골어로 '참 좋은 친구'라는 의미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이 '참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그가 꿈꾸는 미래다.
 
국내 최초 다문화카페인 '휴'에서 결혼이주여성들과 손님들이 모여 한국전통 문화를 배우고 있다. 이곳 카페에선 정기적으로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등 각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시간이 마련된다. © 배문희기자

차 한잔과 함께 다문화 전하는 결혼이주여성들
진한 연유를 넣은 배트남 커피와 볶은 쌀을 우려낸 필리핀 전통차, 향이 깊은 일본 녹차가 있는 곳. 한국인들에게는 다양한 차와 각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주민들에게는 친정집 같은 편안함을 주는 곳. 각나라에서 온 책들로 작은 도서관이 꾸며진 곳,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의 밝고 당당한 미소가 있는 곳. 바로 국내최초 다문화카페 '휴(hu, 休)'다.
 
부산 동구 초량동 국제오피스텔 202호에 자리한 이곳은 부산남구 종합사회복지관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5월 6일 문을 열었다.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은 8명. 필리핀 4명, 배트남 2명, 일본 2명 등 3개국 출신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이들은 커피와 차를 판매하는 것 외에도 각 나라의 전통의상과 전통놀이 등을 손님들에게 안내하며 다문화지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본에서 온 히로미(39)씨는 한국에서 산 지 벌써 11년째다. 이 카페에서 일하게 된 것은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라고. 
 
필리핀에서 온 린다(26)와 심볼(36), 프란시스(39)씨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지만 손님들에게 다가서는 데 주저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밝은 미소로 손님을 대하고 틈틈히 한국어 공부도 열심이다.
 
베트남에서 온 엔티(26)씨는 복지관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멘토 상담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곳에 들르는 결혼이주여성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애환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달픈 한국살이, 연극으로 말해요"
이주여성들이 모여 만든 '샐러드극단'은 이주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연극으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이주여성으로서 한국에서 겪는 체험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낸 연극 '맛있는 레시피, 애프터 더 레인'을 공연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맛있는 레시피, 애프터 더 레인'의 주무대는 폐업 위기에 빠진 식당이다. 이주 여성들은 자신이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하자 직접 인수에 나선다. 연극은 자금을 모으기 위해 요리 경연대회에 나가는 등 식당을 살려내려는 이주여성들의 파란만장한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은 출연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 더욱 따뜻한 공감을 이끈다.

몽골, 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 등 국적도 환경도 다른 초보 배우들이지만 이들의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 않다. 한국말이 서툴러 대사 전달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오히려 이주 여성이라는 배역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연극을 통해 한국인들은 이주여성의 입장에서 그들을 생각해보게 됐고,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연극을 보며 함께 울고 웃노라면 어느새 이주민과 한국인이라는 경계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지난 1월 창단한 이들은 그동안 연습을 쌓아가면서 연기력만 쌓은 것이 아니라 자신감과 당당함도 함께 쌓았다.
 
이들의 꿈은 연극을 통해 외국인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연극이라는 매체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전달수단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위해 오늘도 무대 위에서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문화저널21 기획취재팀(배문희기자 baemoony@mhj21.com, 박현수기자 phs@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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