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0
이주민 극단 샐러드 ‘맛있는 레시피’…24일 금천예술공장서
피부도 말도 음식도 문화도 국적도 다른 여성들이 모여 극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처럼 한국에 이주해온 여성들의 처지와 삶을 이해시키고 더불어 사는 가치를 연극으로 널리 알리고 싶었다.
국내 최초 이주민 극단 ‘샐러드’(대표 박경주)가 이주여성들의 삶과 희망을 노래하는 연극 <맛있는 레시피>를 오는 24일 오후 4시와 7시 서울 금천구 독산동 금천예술공장 무대에 올린다. 서울문화재단과 금천예술공장,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가 공동주최로 참가한다.
극단 샐러드는 지난해 1~4월 제1~2회 이주여성 연기 워크숍에 참가한 중국, 몽골, 터키, 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7개국 이주여성 10여명이 모여 다문화의 가능성을 연극으로 풀어보려고 만든 공연집단이다. 다문화방송국 샐러드티비 대표이자 문화활동가인 박경주(40) 대표가 우리나라의 비빔밥처럼 채소와 과일, 고기가 골고루 잘 섞여 맛을 내는 서양음식인 샐러드를 극단 이름으로 지었다.
이들은 그해 9월 창단공연으로 <맛있는 레시피>를 서울 성미산 마을극장 시민공간 ‘나루’무대에서 첫선을 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같은 달 인천월미평화축제 초청공연, 12월 광주 매개공간 미나리 초청공연, 올해 1월 9일 서울여성프라자 아트홀 봄에서 첫 순회공연을 마치면서 전문극단의 틀을 갖췄다.
연극 <맛있는 레시피>는 국내 이주여성들의 진실한 삶과 한국사회의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녹아있다. 다국적 이주여성들로 구성된 극단 배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장면을 만들고 대본을 구성하는 공동창작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이주여성들이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자신들의 꿈을 이뤄내는 과정을 1시간30분간 웃음과 눈물로 펼쳐낸다. 한국인 주인 할매와 이주여성 일라가 일하는 식당 ‘이모네집’에 또 한명의 이주여성인 아니따가 갓난아이를 안고 찾아온다. 장애아를 임신한 그는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를 낳으면서 가정불화로 집을 나왔다. 어느 날 가수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에 사로잡힌 할매의 아들 경칠이가 사기꾼 음반제작자에 속아 식당이 넘어가는 위기가 닥친다. 자신들의 일터를 살리려고 동분서주하던 두 이주여성은 마침내 요리대회에 나가 우승을 따내 그 상금으로 이주여성들의 보금자리인 레스토랑 ‘에프터 더 레인’을 연다.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김병균(44)씨는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만국 공통의 언어인 음식으로 풀어보고 싶었다”며 “음식을 나눌 때 서로의 정이 담기는 것처럼 문화도 나눌 때 가치가 더 커진다”고 소개했다.
공연에 참가하는 배우들은 한국에서 5~10년간 다문화 가정을 꾸려온 주부들로 한국말이 유창하다. 주로 경기도 안산, 안양, 수원, 인천 등에 거주하기 때문에 2시간씩 걸려 서울과 집을 오가며 어렵게 공연을 준비해왔다.
일라 역을 맡은 몽골 이주여성 다시마(26·경기도 안산시 본오2동)는 “이주여성들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국사회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이주여성들을 차별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습에 바빠 가정을 잘 챙기지 못하는데도 남편이 대본도 함께 읽어주고 다섯살난 딸도 돌봐주면서 격려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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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는 다시마씨 외에 할매 역의 김계화(중국 조선족), 아니따 역의 주예심(터어키), 이레샤(스리랑카), 라보니 루나(방글라데시), 서열마(몽골), 류리연(중국), 최승집, 최윤혁(한국) 등 다국적 배우 9명이 출연한다.
레스토랑 ‘에프터 더 레인’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그곳은 이주여성이 아니라 이 땅의 여성으로서 자신의 힘으로 터전을 일궈내려는 희망의 공장인 셈이다. ‘에프터 더 레인’처럼 제2의 고향에서 전문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이주여성 배우들의 진지한 몸짓을 만날 수 있다. (02)2254-0517.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샐러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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