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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언론보도

<국민일보> 고달픈 한국살이 연극으로 말하다

by 창작집단 샐러드 2012. 2. 22.

이주여성 8명 극단 ‘샐러드’ 첫 공연 눈길

  • 2009.09.25 00:17

  • 국적은 제각각이다. 생김새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무대에 오른 배우 8명은 몽골 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 등 7개국에서 왔다. 고국을 떠나 한국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배우자의 나라에서 살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연극을 만들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 오른 무대에서 고달프지만 희망이 가득한 한국살이를 노래했다.

    이주 여성들이 모여 만든 극단 샐러드는 24일 서울 성산동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연극 '맛있는 레시피, 애프터 더 레인' 첫 공연을 가졌다. 객석은 초대권을 받은 61명이 가득 채웠다. 보조 의자로도 모자라 2층 좌석까지 차지했다.극단을 도와준 이들이었다. 공연은 27일까지 4일 동안 열린다(25일 오후 8시, 26일 오후 7시, 27일 오후 4·7시 공연).

    주무대는 폐업 위기에 빠진 식당이다. 이주 여성들은 자신이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아야 하자 직접 인수에 나선다. 연극은 자금을 모으기 위해 요리 경연대회에 나가고, 식당을 살려내는 파란만장한 과정을 그렸다. 작품은 출연하는 배우들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

    필리핀에서 온 이쟈스민(33)씨는 "극 중 일라는 한국에 오래 살아 자신을 한국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나도 한국에 온 지 15년이나 됐더니 가끔 그런 착각을 한다"며 큰소리로 웃었다.

    공연 전까지 잔뜩 긴장했던 배우들은 무대에 오르자마자 배역에 몰입했다. 관중들도 연기에 빠져들었다. 기쁠 때는 함께 웃었고 아픔을 이야기할 때는 안타까워했다. 연출을 맡은 김병균씨가 리허설 때만 해도 '걱정된다'는 탄식을 내뱉을 정도로 어설펐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말이 서툴러 대사 전달이 어려웠지만 오히려 이주 여성이라는 배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특히 배우들과 같은 처지의 이주 여성들은 연극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 주인공 아니따가 힘겨운 한국 생활을 회상할 때 함께 눈물을 흘렸다.

    배우들은 지난 1월 창단한 극단의 워크숍에 참여한 뒤 오디션을 거쳐 정식 단원으로 채용됐다.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발성과 호흡 등 기본부터 배웠다. 지난 6월부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본 작성과 연극 연습을 병행했다. 연습을 하면서 배우들은 연기력만 쌓은 게 아니라 타향에서의 외로움도 털어냈다.

    터키에서 온 주예심(29)씨는 "한국 생활 3년째인데도 외로웠다. 하지만 연극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단원들 모두가 가족이 됐다"면서 "연기를 하면서 내 아이에게도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주 여성들은 이번 연극으로 외국인을 바라보는 한국 사람의 시각이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씨는 "TV에 출연해 이주 여성들의 어려움을 수도 없이 말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연기는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전달이 훨씬 쉬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연극으로 우리도 다른 가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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